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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기획 명절1] 명절선물 = 사람노릇? 그것이 문제로다 (13년 2월)2013-02-2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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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크기변환_명절기획1(이상준).jpg (54.2KB)

 ; 사무국장 돈키호테 우리나라에는 큰 명절이 두 개 있다. 음력으로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설과 한해 농사의 수확을 누리는 추석. 가족끼리 자급자족하며 농사를 지어 먹고 살 던 농경사회에서, 명절이란 농가 공동체에서 가족이 모여 한해 농사를 의논하고, 한해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그런 자리였다. 이 때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건너 마을에 살고 있는 집안의 어른을 찾아 뵐 때, 자신이 수확한 곡식이나 혹은 자신이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들고 찾아가는 것이 예의이자 사람의 도리였다. 그런데 세월이 변하고, 경제 시스템 자체가 변했다. 선물도 변했다. 사람들은 명절 선물을 걱정한다. 사회의 고위층이라고 불리는 정치인, 판검사들은 명절 때 곳곳으로부터 떡값을 받는다고 한다.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던 것이 지금은 약간 음성으로 변하긴 했지만, 한 때 이 떡값이 없으면 유력 정치인과 일 할 수 없고, 유력 거래처랑 일 할 수 없고, 힘 있는 공무원들이랑 일 할 수 없다고 했다. 비즈니스 상 일하는 사람들, 정치하는 사람들, 사회에서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은 명절 때 선물 걱정을 하고 산다. 그런데 이들뿐만 아니라 보통사람들도 명절 선물 걱정을 한다. 대학에 다닐 때 사회에 진출했던 한 선배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떻게 살 고 싶냐고... 그 때 난 빈주머니에 빈털터리였지만, 나 혼자만 먹고 살면 되니 사회의 진보를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노릇하며 살고 싶다.” 그랬더니 그 선배가 “이 사회에서 사람 노릇하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아느냐? 사회가 요구하는 만큼 사람 노릇하면서 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하는 줄 아느냐?” 이렇게 되물었던 기억이 있다. 취직해 결혼을 앞둔 그 선배가 조금은 변했고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그랬다. 딱 이맘때쯤 명절 직전에 술 한 잔 마시다가 나온 이야기였다. 사실 그 때는 잘 몰랐다. 그런데 이제 나도 명절 선물 걱정을 하고 있다. 집안 식구들이 모이면 남들 하는 만큼은 나도 해야 한다고 명절 선물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이번 설에는 수입이 얼마나 될까? 하고 기대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나이가 훌쩍 지나 이번 설에는 얼마나 지출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며 살고 있다. 뻔 한 월급에 명절이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은게 사실인 나이가 되었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명절 선물로 가장 받고 싶은 것이 뭐냐는 질문에, 현찰이 1순위인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어 놀랍지도 신기하지도 않은 현실이 돼버렸다. 선배와 말했던 사람노릇하며 산다는 것의 의미를 요즘 시세(?)로 확인해 보기 위해서 인터넷을 눌러 보았다. 헉! 이럴 수가... 양가 부모님 4인 기준으로 한분에 10만원씩은 좀 작다는분위기다. 한분에 20만원씩은 좀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적당하다는 분위기다. (굳이 ‘한분’이라고 표현 한 것은 인터넷상에 며느리들이 밝힌 ‘인당’이라는 단어가 약간은 거슬려서다.) 물론 부모님께 받은 것에 비하면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약간은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한 분당 20만원이 요즘 물가에 비해 그리 비싸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한분에 20만원으로 ‘사람노릇’을 하려면 최소 80만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그리고 양가에 부모님보다 윗대 분이 계시다면, 친척들의 졸업, 입학 등 축하해 줘야 할 일이라도 생긴다면... 들어가는 돈은 좀 더 많아진다. 이쯤 되면 사회에서 요구하는 ‘사람노릇’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들 짐작 하시리라 본다. 명절 선물 준비하려고 급전 당기느라 전당포에 노트북을 맡긴 사연까지 올라온 것을 보면 (명절선물을 네이버에 누르면 나온다.) 정말 명절 선물이 부담이 많이 되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이번 설에 처갓집 부모님께 10만원씩, 그리고 내 외가 할머니 할아버지 10만원씩, 외가에 졸업하는 동생 2명 10만원씩 그리고 세뱃돈 20만원 이렇게 지출 할 예정이다. 물론 다 빚이다. 올해는 나의 일년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이렇게 현금으로 지출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현금으로 선물을 지출하는 비중을 줄일 예정이다. 선물은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사람노릇’ 그것은 평소에 마음으로 진심으로 더 잘하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명절 때 선물의 가격 혹은 현금 봉투의 두꺼움으로만 ‘사람노릇’을 하려고 하지 말자. ‘사람노릇’은 평소에 진심으로 잘 하자. 그리고 명절 때 되어서 괜히 걱정하지 말자. 그런데 일 년 동안 마음으로 잘하고 명절 때 고마움의 표시로 작은 선물 하나 했는데 우리 부모님이 “얘야, 나는 마음의 선물 뭐 그딴거 필요 없다. 선물은 역시 현찰이 최고야! 다음부터는 현찰로 다오” 이러시면 어쩌지? 우리 부모님과 토론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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