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도르라미를 호수별로 볼수 있습니다. 글보기제목[사람사는이야기] 아파트와 주택 (13년 2월)2013-04-20 13:31작성자iccenter첨부파일크기변환_아파트와주택.jpg (50.7KB) ; 회원 송은미 난 아파트에 산다. 계속 그래왔다. 시댁은 단독주택이다. 시댁이 가깝기도 하고, 내 아이를 돌봐주시는 문제로 자주 가다보니 아파트와 주택을 비교하는 일이 많아진다. 올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다. 한번 내리면 폭설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면서 감상에 빠지기도 하고, ‘길이 미끄럽겠네!’하고 투덜대기도 하고, 어린이 집에서 아이를 데려오며 눈사람 좀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지금 사는 곳이 2층이다 보니 창밖으로 사람들의 움직임이 눈만 돌리면 보인다. 폭설이 내릴 때 마다 나이 드신 경비아저씨와 관리소 직원들이 눈을 치우느라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보인다. 약 일주일간 계속되는 작업이다. 처음에는 사람 다니는 길만 오솔길을 만들고 그 다음에는 아파트 전체의 보이는 눈은 다 쓸어버리고, 마지막으로는 바닥에 얼어붙은 얼음을 다 깨버리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다 고개 들어 보면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인다. 아파트 각 동 입구에는 넘어지지 말라고 빈 박스를 깔아두기까지 했다. 물론 입주민은 아무도 안 나오고 온전히 경비아저씨와 관리소 직원들의 몫이다. ‘힘드시겠구나’라는 생각과 관리비가 아깝지 않을 만큼의 고마움도 느낀다. 그나마도 16층에 살 때는 본적이 없으니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감정이다. 어쨌든 아파트가 주는 편안함에 깊이 만족한다. 재작년 시험을 보기위해 일주일간 시댁에 남편 없이 머문 적이 있었다. 시험 보는 첫날 새벽에 나가려고 준비하는데 아버님께서 먼저 나가셨다. ‘어디가시지?’ 궁금했는데 화장을 마치고 외투를 입고 나가니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주택가 골목이라 누구도 치워주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시댁 현관에서 내가 마을버스 타러 나가는 길 중간까지 오솔길이 나있었다. 아버님이 쓸고 계셨다. 면접 때문에 구두신고 가는데 행여나 해서 쓸고 계신 것 같았다.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안하시는 아버님이라 마음이 더 찡했다. 그때의 그 여운은 평생 없어지지 않을 듯하다. 주택은 이렇게 가끔 훌륭한 의사소통 수단이 되기도 하나보다. 그곳은 평소에도 눈이 많이 오면 아침 일찍 각 집마다 나와서 눈치우는 소리가 시끄럽다. 시댁 골목에 여섯 집이 마주하고 있는데 모두 몇 십 년씩 사신 분들이라 다 알고지내시니 눈치우면서 시끌벅적하다. 어렸을 때 살던 동네 생각이 나기도하고, 암튼 밖에서 들리는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아파트에 살면서 만족도를 높이는 것 중 하나는 주차공간의 확보이다. 눈, 비가 오면 지하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고, 또 자다가 차 빼주러 나갈 일도 없다. 옆 차 주인이 누구인지 알 길도, 알 필요도 없다. 지하 주차장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어 안심이 되기도 한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날, 너무 추워서 밖에 있는 것이 고문인 날에도 아이 어린이집 데려다 줄때 불편함이 전혀 없다. 우리 집 지하 주차장에서 차에 태워서 어린이집 지하 주차장에 주차한 후 데려다 주기 때문에 우산도 필요 없고, 추울 틈도 없다. 이 편안함을 나는 좋아한다. 시댁에 갈 때 좁은 골목으로 주차된 차들을 약 2-3cm 남겨두고 아슬아슬 지나갈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옆집이다. 시댁보다 골목길 안쪽에 살기 때문에 그 차가 빠지려면 우리가 항상 빼줘야 한다. 문제는 아저씨가 새벽일을 하시는 분이라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밤 12시에도 전화 오면 자다가 나가서 차 빼줘야 하고, 다음날은 새벽에 들어 들어오셔서 우리 차 뒤에 주차하기 때문에 우리가 나가려면 자는 아저씨 깨우기 위해 수십 번은 전화를 해야 한다. 제3의 차라도 주차되어있으면 온 동네 주민 다 나와서 차 빼느라 바쁘다. 정작 우리아파트 옆집 식구들은 얼굴도 모르는데 우리 시댁 옆집아저씨는 만나면 인사하고, 내 카톡에도 올라와 있다. 아저씨 스케줄도 다 안다. 평소 저녁7시15분에 출근하기 때문에 내가 그보다 일찍 주차할일 있으면 알아서 길거리에 주차해뒀다가 아저씨 나가는 소리가 나면 가지고 들어온다. 올해도 시험보기위해 시댁에 머무는 동안 골목 안쪽에 주차해뒀다. 아저씨는 평일인데 왜 왔을까 궁금하기도 하셨을 것이다. 근데 며칠 동안 아저씨가 골목에 주차를 안 하시는 것이다. 알고 보니 우리차가 낮에 자유로이 통행하라고 다른 곳에 주차했단다. 나나, 아저씨나 모두 차 빼주기 불편한 이유도 있지만, 또한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살짝 들어간 결정인 것이다. 아파트와 주택은 주거형태 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도 참 다르게 만든다. 편리함과 이웃 간 교류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아직 젊어서 그런가 난 편리함을 주는 아파트가 좋다. 택배보관서비스, 각종 수리 서비스, 치안 등등. 하지만 가끔 9년을 산 부천에서는 눈인사라도 하는 이웃 하나 없는데, 일 년에 몇 번 찾아가는 시댁에 가면 마주보는 몇몇집 사람들과는 인사도 하고, 아이 커가는 것 가지고 대화도 가끔 하는 걸 생각하면 뭔가 따듯함이 느껴진다. 태그 목록 댓글 [0] 댓글작성자(*)비밀번호(*)자동등록방지(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내용(*) 댓글 등록 더보기이전[다시읽는 문학작품1] 앵무새 죽이기 (13년 2월)iccenter2013-04-20-[사람사는이야기] 아파트와 주택 (13년 2월)iccenter2013-04-20다음[영화평] 레미제라블 (13년 2월)iccenter2013-04-20 Powered by MangBoard | 워드프레스 쇼핑몰 망보드 Share it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