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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저녁이 있는 삶.기획2] 저녁이 있는 삶은 어떤 것일까? (12년 10월)2012-10-2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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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무국장 돈키호테 “저녁이 있는 삶”이란 대선슬로건, 우리 사회에 이슈를 불러일으키다. 지금은 문재인으로 민주당의 후보가 결정 되었지만, 오픈 프라이머리를 내세우며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예비경선이 한창일 때가 있었다. 예비 경선에 참여했던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한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며, 나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렇게 우리는 저녁이 있는 삶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느낀 이유는, 바로 그 자신이 원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우리는 지금까지 저녁시간을 어떻게 보냈었나? 하루의 일과 중 저녁은 언제쯤 일까? 저녁의 국어사전적 의미를 보면 해질 무렵부터 밤이 되기까지의 사이 즉,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우리가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렇다면 하루 동안 우리의 삶속에서 이 시간대에 과연 무엇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직장에 다니는 사람의 하루는 일어나서 눈뜨면 출근하고,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다가 퇴근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잠들기까지 자기의 하루 일과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대개의 직장인들은 7시쯤 집에서 나서서 8시쯤 회사에 도착하고 점심 먹고 야근하고 대체로 8시에서 9시쯤 집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예능 TV 한두 프로 보고 잠자리에 든다. 이렇게 살지 않으면 회사에서 조장하는 순위경쟁에서 밀릴 뿐만 아니라 동료들 눈치도 보이고, 무엇보다 회사가 나에게 요구한 과업을 성취하지 못한다.(물론 월급도 쥐꼬리만큼 주면서...) 그러다 보니 집에 와서 저녁밥 먹고 가끔 늦은 시간 술 한 잔하고 잠이 든다. 또 다음날 아침 그렇게 출근하고 그렇게 돌아온다. 쳇바퀴이다. 어쩌다 친구들 모임 혹은 지인들과 모임을 할 때도 시간 내기도 어려울뿐더러, 그렇게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 나는 저녁시간에 가족을 선택하느냐, 친구를 선택하느냐의 선택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여간해서는 이 줄타기에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맞벌이 부부는 여기에 더하여 낮 시간 동안 맡긴 아이를 누가 데리러 가느냐고 눈치싸움을 한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여 가사노동과 육아를 전담하는 전업주부들이다. 이 전업주부들의 삶 역시 저녁시간에 의당히 돌아와 집안일 이것저것에 대하여 의견교환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당연히 함께 살지만 외롭고 힘들다. 함께 사는 사람 간에 대화가 없다. 대화가 없으니, 오해도 생기고 불화도 많이 생긴다. 이렇게 살아가는 환경에 익숙하다 보니 어쩌다 생긴 저녁시간도 ‘어... 뭐하지?’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우리는 이처럼 저녁시간을 잃고 살아 왔다. 그리고 모처럼 만든 저녁시간도 할 수 있는 일이 없거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살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어떤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저녁이 있는 삶이란 일단 6시 정시에 퇴근해도 해야 하는 일을 다 마쳐서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삶이다. 억지로 6시에 퇴근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면 다음날 아침에 더욱 일찍 출근해야 한다든지, 다음날 야근을 더 많이 해야 하든지 선택을 해야 한다. 한때 저녁이 있는 삶이 과거에 노동계에서 주장했던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무엇이 다른지 고민했던 적이 있다. 실제로 생산현장의 경우 심야노동을 철폐하기 위하여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는 곳이 있는데, 최초에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했던 사업장에서 어떤 사람들은 저녁에 일찍 퇴근하니,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하여 다른 아르바이트 직업을 선택했던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1주일에 1~2번 정도는 낮에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들과 마음 편하게 6시에 퇴근하여 한두 시간 정도 업무상 못했던 이야기를 하며 관계를 돈독히 하고, 6시에 퇴근하여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그런 삶이다. 또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개인의 삶을 풍족하게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취미생활과 교양을 나누는 그런 삶이다. 우리사회는 시간 내는 것도 어렵고, 시간을 어렵게 내도 성인들이 저녁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누구나 한번쯤 “아... 난 왜 이렇게 살고 있고, 내가 사는 이유는 뭐지?” 이렇게 생각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바로 자기 자신이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다. 이렇게 저녁이 있는 삶, 저녁을 온전히 가족과 개인 그리고 공동체를 위하여 쓰지 못하는 삶에서 각각의 개인들은 힘들고 지쳐간다. 그래서 각종 우울증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기 위하여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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