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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저녁이 있는 삶.기획3] 아파트와 자동차에 저당잡히지 않는 삶을 위하여 (12년 10월)2012-10-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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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크기변환_저녁이있는삶기획3.jpg (63KB)

 ; 대표 한상우 일본의 단카이 세대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 한국 배우들이 일본에서 인기가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일본 중년여성들이 한국에 원정을 올 정도로 남자배우들에게 집착하는 것이 조금은 특이하다. 일본에도 잘생긴 배우들이 많은데 말이다. 일본의 단카이 세대는 1946-1949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한국전쟁 이후 우리의 베이비붐 세대와 닮은 점이 많다. 이 세대의 남자들은 경제 부흥을 위해 죽어라 일만한 세대다. 우리도 경상도 남자들이 집에 가면 “밥 묵자” “자자” 두 마디만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일본의 이 아저씨들이 그렇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문화에다, 경제대국을 만들기 위해 죽어라 일할 것을 요구받았기에, 이들은 전혀 가정적이지 못했다. 이들이 은퇴할 무렵부터 일본에서는 기존의 관념을 깨는 아파트들이 나왔다. 부부가 각방을 쓸 수 있는 아파트가 그것이다. 이들 부부들은 아예 각방을 쓰거나, 한방을 쓰더라도 한 이불을 덮지 않는다고 한다. 일만 알고, 권위적이고, 가정을 등한시 한 남편들에게 부인들이 질려하기 때문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 정도만이 한 이불을 덮는다고 한다. 이들은 자식들이 대학 입학을 위해 집을 떠나거나, 결혼을 하면 곧바로 이혼하겠다는 입장들이 많다. 실제로 은퇴한 남편의 국민연금의 절반을 받는 제도가 마련되면서 황혼이혼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들 중년 여성들은 일밖에 모르는 남편 대신, 드라마에서 보이는 한국 남자배우들의 자상함과 순애보에 감동받아 대리만족을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단카이 세대의 아저씨들도 할 말이 많다. 처자식들 먹여 살리고, 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 죽어라고 일만한 자신이 무슨 죄냐는 것이다. 그러나 부인들은 평생 밖으로만 나돌다가, 다 늙어 집에 앉아 꼼작 않는 남편이 지겹다. 반면 아저씨들은 일만 하느라 배운 취미도 없고, 만나서 놀 수 있는 친구도, 시간을 보낼 이렇다 할 사회적 기반도 없다. 게다가 이미 가족과의 소통 방법을 잊었기에, 제 2의 인생이 참으로 암담할 따름이다. 한국 남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의 가장들 역시 은퇴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 가장들도 가정을 등한시 한 채 일밖에 몰랐다는 이유로, 아내에게도, 자식에게도 따뜻한 존경을 받지 못한 채, 꼰대의 이미지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가정과 사람의 정체성 파괴는 계속된다... 한국의 노동시간이 OECD 1등, 사교육비 지출 역시 OECD 1등이 된 건 오래전 얘기다. 바쁜 아버지와 바쁜 자녀가 하루에 함께 보내는 여가 시간은 86분. 물론 이 시간도 TV 시청이 주를 이룬다. 가정이 해체되는 요인이 가족 구성원에게 보다는 사회에 근원적 책임이 있다. 노동시간이 길어 가족이 소통할 시간 자체를 만들어주지 못하니 말이다. 가정의 경제력에 따라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이다 보니, 모두가 돈벌이와 출세를 위한 공부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도 커다란 문제다. 여유로운 삶과 가정의 행복을 위해 돈벌이에 나섰지만, 오히려 그것이 개인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을 가로막고, 가정의 파괴를 가져오는 역설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돈벌이와 출세에 집착하는 개인과 사회의 가치관이 가정과 우리 자신을 황폐화 시키고 있다.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는 이런 역설이 베이비붐 세대를 넘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신은 어떤 중산층을 희망 하시나요? 경제적 능력이 최고의 가치인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중산층이라고 우긴다. 몇 년 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중산층 기준을 설문 조사한 결과 다섯 가지의 기준이 제시되었다. ①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② 월급여 500만원 이상 ③ 자동차는 2,000 CC급 중형차 소유 ④ 예금액 잔고 1억원 이상 보유 ⑤ 해외여행 1년에 한차례 이상 다닐 것이 제시되었다. 반면 프랑스의 퐁피두 전 대통령이 중산층의 기준으로 제시한 내용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①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고 ②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③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④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⑤ ‘공분’에 의연히 참여할 것 ⑥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이 기준이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제시한 중산층 기준은 ① 페어플레이를 할 것 ②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③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④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⑤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이다. 미국의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조차도 ①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②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③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 ④ 그 외,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놓여 있을 것 등이었다. 한국사회의 삶의 가치가 오로지 물질적인 것에 갇혀 있다면, 다른 나라들은 사회적 인간으로서, 주체적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중요한 삶의 과제였다. 개인주의가 확립된 나라지만 오히려 한국의 개인주의, 가족주의와는 품격이 다르게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강조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 당신도 희망하지 않습니까? 누구나 유럽 나라의 중산층 기준에 자신이 부합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악기 하나쯤은 배우고 싶고, 외국어도 하고 싶어 한다. 스포츠도 하고 싶고, 요리도 배우고 싶어 한다. 그런데 항상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로 미뤄진다. 하나뿐인 자신의 인생을 아파트와 자동차에 저당 잡힌 채,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지만, 일에 치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기도 쉽지 않고, 밀린 일도 걱정이다. 자녀의 양육 때문에 집 밖을 나서기도 쉽지 않다. 이처럼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 수 없는 사회구조는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자신의 저녁을 만들어나갈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다 할 취미나 특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아마도 사람들의 취미 중 가장 많은 것을 차지하는 것은 독서, 음악 감상, 게임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학창시절 공부에만 내몰리는 현실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삶을 살아온 탓이다. 또 막상 용기를 내보려고 해도 배울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다행히 최근 문화센터니 사설 학원, 인터넷 동호회 등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대부분 기술이 전수될 뿐이지, 그 활동을 통해 자아의 정체성을 강화한다던가, 가족의 틀을 넘어 타인과의 관계 맺기나 사회적 활동으로 확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기에는 삶의 가치가 너무 개인적이며, 사회적 책임감이 부족한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웃과 소통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의 청사진을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 아파트와 자동차에 저당 잡히지 않는 삶, 자녀에게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투자하는 삶을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겨야 자녀의 인생도 소중히 여길 수 있고, 타인의 인생도 소중히 여길 수 있다. 영화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에는 백만장자와 가난뱅이 노인이 죽음을 앞두고, 함께 리스트를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안타까운 것은 그 리스트를 젊어서 실천했다면, 그들의 삶이 더 윤택하고 풍부해졌을 것이다. 백두산을 올라가더라도 헬기 타고 오르는 것과 걸어 올라가면서 보고 느끼는 것은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는 욕구의 충족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자아를 살찌우는 과정이 될 수 있을 때 우리의 저녁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유럽에서 웰빙이라 함은 이웃과 더불어 잘 살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나만 유기농 식품을 먹고, 열심히 운동해 몸을 튼튼히 하는 것으로 국한되어 사용된다. 저녁이 있는 삶 역시 단순히 혼자 하고 싶은 것만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이웃과 소통하며 자아와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어 나가는 삶을 의미한다. 이제 자신과 가족에 한정된 울타리를 걷고, 타자와 고립된 삶을 털고 일어서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주변의 이웃들과 함께 희망하는 것들을 실천에 옮겨보자. 무의미하고 지루했던 일상, 잠자고 있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도록. 다행히 우리에게는 함께 용기를 내 줄 센터, 십시일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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