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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사람사는이야기] 4000만원으로 결혼하기 (12년 7월)2012-08-1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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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원 이은영 생각지도 못하게 갑자기 결혼을 하게 되었다. 보통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가 이미 지난 두 사람인지라 초봄에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서 가을에 결혼을 하기로 이미 계획이 된 상태였는데, 결론은 4월에 상견례하고 6월에 결혼이라는 초스피드 결혼. 요즘 전세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집을 구하지 않고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가는 결혼식 날까지도 집을 못 구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주변의 충고에 겁을 먹은 우리는 집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일요일에 부동산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우리는 결국 하루를 버렸다. 이틈을 타 양가의 어머니들은 각자 자신의 집 바로 옆 아파트를 보고 다니시기 시작했고 결국은 천만 원이 더 싼 시댁 옆으로 신혼집이 정해졌다. 예식장은 친정엄마가 거기가 제일 나아 거기로 해 라는 한마디에 바로 연락했더니 한자리가 남아있었고 또 바로 계약. 결국 상견례 전에 신혼집, 예식장, 청첩장 까지 모두 완료되었다. 허례허식으로 치러지는 결혼식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우리는 (사실은 결혼식도 안하고 싶었지만, 우리나라에서 결혼식 없는 결혼은 불효나 다름없기에—) 웨딩촬영, 폐백, 예단, 예물, 함, 이바지 등등 모든 걸 다 생략했다. 워낙 고집이 센 남편이기도 했고, 감사하게도 시부모님께서도 허락해 주셨다. 아들가진 엄마의 로망인지 시어머니께서 꼭 예물을 해주고 싶으시다고 시할머님께 받은 다이아를 재 세팅해서 주신다고 해서 남편과 싸우기를 여러 차례 끝에 결국 예물은 받기로 했다. 주변의 엄청 많은 우려가 있었다. 예단이나 폐백 안하면 나중에 말 나온다. 예물 받았으면 예단 보내야 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 욕먹는다. 우리 집안에서도 예단 보낸 며느리와 안 보낸 며느리가 차별대우를 받는다. 는 등. (사랑과 전쟁을 너무 많이들 보셨어) 사실 나도 그런 얘기를 듣고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자의식이 아주 강한 남편에게 의지하며 짧은 시간 동안 결혼을 준비했다. 부모님께 전혀 도움을 받지 않고 하는 결혼이었다. 각자 가진 돈 2천만 원씩 그리고 전세자금대출 1900만원 총 5900만원으로 준비한 결혼. 학익동 18평 오래된 아파트 전세 5천만원. 우린 900만원으로 결혼을 해야 했다. 개인적인 사항이니 100% 오픈 할 순 없지만 900만원으로 결혼하는 방법(?)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큰 혼수는 안 하는 것도 많고(장롱,티비), 선물 받는 것(냉장고,세탁기,에어컨,밥솥,매트리스,책상, 전자레인지, 청소기, 가스레인지, 토스터)도 많아 많은 부분이 절약되었다. 가전에서 많은 부분을 줄인 대신 메인테이블, 책장, 화장대는 맞춤으로 선택했다(250만원_주문하면서 작은 소품 몇 가지 부탁해서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패브릭 수작업을 직업으로 하는 나 때문에 수납공간이 너무 많이 부족해서 구매하게 된 수납장들(73만원), 의자5개(46만원), 장롱대신 행거 및 서랍장(30만원), 도배, 장판, 청소, 조명 및 자잘한 집수리 비용 (200만원), 상견례 및 청첩장(62만원), 예식장(173만원), 예복(170만원), 결혼식 사회자/축가 사례 및 인사 선물(43만원), 신혼여행 태국 자유여행(250만원), 선물(75만원), 현지 사용비용(50만원), 인테리어 소품 등 (150만원) 총 1572만원 정도 들었다. 물론 현금과 카드 결제 포함이다. 티비에서 지나가는 시민들 대상으로 한 예단에 대한 설문 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래도 요즘은 많이 달라져서 예단 비용 아껴 집 얻는데 보탠다는 의견도 많았는데 결국은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사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훨씬 많았다. 결혼식은 당사자 두 사람의 축제임이 명백한데도 사실은 신랑아버지의 축제인 게 한국사회 의 현실이다. 여자가 남자 집에 시집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남자는 집을 사야하고 여자는 혼수를 해야한다는 사고방식이 아직은 지배적이지만, 그런 결혼을 하게 되면 정말로 내가 시댁에 종속된다는 걸 인정하게 되는게 아닐까? 결혼을 평등하게 만드는 건 우리의 몫이 아닐까? 혼 후 친정집에서 식구들끼리 밥을 먹고 설거지를 했다. 갑자기 든 생각. 여자는 왜 시댁가서 밥먹어도 설거지 해야 되고 친정에서 밥먹어도 설거지 해야되지? 의견을 피력했더니 다음부터 친정에서 밥먹게 되면 설거지를 해주겠다고 했다. 비록 5000만원의 오래된 아파트 전세에 살고 있고 받은 예물도 300만원도 안되지만 난 내가 결혼을 잘 했다는 생각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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