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도르라미를 호수별로 볼수 있습니다. 글보기제목[기획 명절2] 고향의 봄_눈에보이는 화려함뒤로 사라지는 소중한 것들 (13년 2월)2013-04-20 13:21작성자iccenter첨부파일크기변환_명절기획2(하샛별).jpg (54.5KB) ; 교육국장 새벽별 버스를 타고 꼬불꼬불, 덜컹덜컹 시골길을 달린다. 이사한 친구네 집으로 놀러 가는 길이다. 버스 앞문이 열리고 기사아저씨가 정류장에 서계시던 할머니께 묻는다. “할매, 어디가는교? 이건 칠원가는 차요” 기사 아저씨의 외침에 할머니는 손을 절래 절래 젓는다. 버스는 다시 달린다. 오랜만에 만나는 고향의 푸근함에, 덜컹거리는 맨 뒷자리에 앉아 있는 내 입 꼬리가 빙그레 올라간다. (시골 내려가서 버스를 타면 제일 뒷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다. 그 외의 자리에 앉는다는 건 곧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버스 정보 시스템의 편리함으로는, ‘감사합니다’라는 기계적 목소리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 있다. 사람들에게 고향은 그런 곳인 것 같다. 정겹고 푸근한… 나에게 고향은, 내 삶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동네사람들이 살고 있는 부담스런 장소임과 동시에, 바람과 하늘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깊은 살가움을 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번에 내려간 고향에서 숨이 턱턱 막히는 광경을 보았다. 집앞에 있는 동네 슈퍼 맞은 편에 24시간 편의점 두개가 마주보고 들어선 것이다. 무슨 조그만 동네에 편의점 하나도 모자라서 두개씩이나 들어선 것인지, 경쟁적으로 마주보고 들어선 이유는 무엇인지. 늦은 밤 너무도 밝은 간판의 불빛을 보며 한숨이 나오다 못해 화가 났다. 조금 더 어릴 때를 떠올려 보면, 할인마트가 없던 시절에는 동네 곳곳에 구멍가게들이 있었다. 옆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쭉 놓여 있어 술 한 잔 잡숫고 가는 아저씨들도 있었고, 동네 아줌마들이 삼삼오오 수다를 떨기도 했고, 할머니들이 모여 지나가는 이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구멍가게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동네 길목에서 사랑방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사람들의 소식이 오고가고, 세상 이야기들이 소통되고, 정보도 주고 받으면서 정이 싹트는 그런 곳 말이다. 어느 순간 이런 구멍가게들은 사라졌다. 더 이상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사기 보다는 할인마트를 애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눈치를 보면서 구멍가게와 마트를 오가던 동네 사람들도 차츰 마트에 익숙해졌고. 동네 구멍가게가 문을 닫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였다. 몇 개의 구멍가게가 문을 닫는 속에서도 유일하게 남아있던 조금 규모가 큰(크다고 해봐야 시골슈퍼다) 동네 슈퍼가 있었다. 그 슈퍼 맞은편으로 24시 편의점 두 개가 떡하니 마주보고 들어선 것이다. 개점 기념으로 편의점 단골고객 100명을 모신다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었다. 편의점과 단골고객 이라니. 집에 내려가면 항상 초등학교 운동장에 산책을 간다. 옛날 생각도 나고, 운동하기도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앞에는 어릴 적에 준비물도 사고, 불량식품도 사먹던 ‘우리 문구’, ‘아라 문구’가 나란히 있다. 이번에 내려갔을 때 학교 앞에 갔더니 문구점 하나는 문을 닫고, 전국체인점 ‘알* 문구’가 학교 옆을 지키고 있었다. 구멍가게가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했었다면 학교 문구점은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주인아줌마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알았고, 친구를 기다리면서 혹은 학교 마치고 딱히 갈 데가 없을 때 문구점에 들러 군것질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전국체인 문구점에서는 깔끔하게 진열된 상품을 바코드기가 가격을 알려 줄 것이다. 명절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간다. 물론 부모님이나 친척들을 만나러 가는 것도 있지만 고향이 주는 푸근함과 그 동안 힘들었던 나를 토닥이는 따뜻한 추억들을 만나는 아련함을 찾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아련함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편리함이라는, 빠름이라는 자본의 무기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시골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고. 생활의 불편함은 개선되더라도 공동체의 정은 사라지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수 밖에. 24시 편의점이 불을 반짝이고, 대형 마트가 들어서고, 동네 가게들이 프렌차이즈 가게로 바뀐다고 해서 동네가 발전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 뒤로 사라지는 소중한 것들이 무시되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 수몰지역이 고향인 사람들의 안타까움만큼, 요즘 시골집에 갈 때마다 느껴지는 도시의 향기에 숨이 막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골집에 가면 버스에서 내릴 때 느껴지는 공기가 다르고, 하늘엔 반짝이는 별들이 수놓아져 있다. 최소한 이런 소중함만은 잃지 않고 싶다. 잃고 나서 후회하는 미련함이 아니라 지킬 수 있을 때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태그 목록 댓글 [0] 댓글작성자(*)비밀번호(*)자동등록방지(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내용(*) 댓글 등록 더보기이전톱아보는 이달의 늬우스 (12년 11월)iccenter2012-11-27-[기획 명절2] 고향의 봄_눈에보이는 화려함뒤로 사라지는 소중한 것들 (13년 2월)iccenter2013-04-20다음[사람사는 이야기] 나에게 필요한 것은 "저녁이 있는 삶" (12년 10월)iccenter2012-10-20 Powered by MangBoard | 워드프레스 쇼핑몰 망보드 Share it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