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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여는글] 노동자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까닭은? (12년 12월)2012-12-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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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까닭은? 대표 한상우 지난 겨울, 한번 영하로 떨어진 기온은 한동안 영상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그렇게 한겨울을 지내는 동안 영하 십도쯤은 참을만 하다 싶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 12월초부터 불어닥친 한파는, 지난해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게 춥다.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눕고만 싶어진다. 그러다 문득 문득 가슴이 시려진다. 이 한파 속에 송전탑을 비롯해 찬바람이 쌩쌩부는 벌판에 맨몸으로 서 있는 노동자들 때문이다. 한때는 대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도 있었을 법한 쌍용차 노동자들. 최대주주였던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설계도면과 기술력을 중국으로 빼돌리고는, 국내 최고의 회계법인과 짜고 회사를 똥값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는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차 만드는 것밖에 없던 노동자들을 길바닥으로 내몰고는 중국으로 도망가 버렸다.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의 마힌드라 차 역시 쌍용차의 기술력을 빼돌리는데만 관심을 가질 뿐, 억울한 노동자들의 사정은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고 발뺌만 하고 있다. 쌍용차를 외국자본에 팔고, 그들이 기술력을 훔쳐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 정부는, 그들이 사기극을 벌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복직 약속을 어기고 있는 회사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 3명은 회사 앞 송전탑에 올라 쌍용차 해고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유성기업은 중소기업이지만 자동차부품업체로는 매우 탄탄한 회사였다. 노동조합의 힘이 강해 다른 중소기업에 비해 그나마 나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노동자들이 야간노동을 없애기 위해, 회사가 합의했던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회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노동자들을 협박해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용역깡패가 점령한 회사에는 회사가 만든 새로운 노조에 가입하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저항하는 노동자들은 해고와 징계를 통해 길거리로 내몰았다. 지금 지회장은 회사앞 굴다리에 나무판자를 매달고 앉아, 목에 줄까지 건채 농성을 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법원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제 그동안의 고생이 끝나려니 기대했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이었다. 오히려 법 집행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납치해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분노한 노동자 2명이 회사 앞 송전탑에 올라가 두달을 넘게 저항하고 있다. 전주시내버스 노동자 2명 역시 종합경기장 조명탑 위에 올라가 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법으로도 보장된 기본권인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는 회사에 맞서 2년을 싸워온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다. 민생을 챙기겠다고, 복지사회를 만들겠다고, 사람이 먼저인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1, 2당의 후보들은 약속한다. 하지만 찬바람 쌩쌩부는 하늘에 올라가 있는 노동자들은 길게는 십년전부터 짧게는 일년 이상을 싸우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 후보들과 그들의 정당은 단 한번도 이들을 찾지 않았다. 지금도 전국 곳곳을 누비지만,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와 위로하지는 않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하늘로 올라간 것이다. 그들 눈에 이들이 보이지 않을까봐, 잘 보라고 하늘로 올라가 외치고 있다. 노동자도 사람이다라고... 한국의 국민이다라고... 이것이 한국 노동자가 처한 현실이라고.. 이들의 이야기가 가슴 아픈 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들을 비롯해 이 땅의 다수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노동기본권도 정당하게 보장받지 못한채, 저임금과 강도 높은 노동에 고통받고 있다. 이들의 권리가 지켜지는 사회가 될 때, 우리 사회도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연말이다. 이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함께 새해를,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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