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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사람사는 이야기] 철탑에 오른 노동자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삶 (12년 12월)2012-12-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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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크기변환_사람사는이야기.jpg (55.5KB)

 ; 교육국장 새벽별 지난 4월부터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한지 벌써 9개월이 접어들고 있다. 봄부터 시작해서 계절이 세 번 지났다. 주로 대한문 분향소에 있다가 요즘은 평택에 자주 가고 있다. 지난 11월20일, 쌍용차지부 김정우 지부장의 40일 넘는 단식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쌍용차 세 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 철회,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며 평택 공장 앞 철탑에 올랐기 때문이다. ‘함께 살자’는 너무나 소박한, 그럼에도 절박한 요구를 하는 것이 목숨을 내걸고 해야만 하는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몇 일 전, 1박2일 촬영이 끝나고 피곤한 몸을 끌고 평택역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공장앞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는 쌍용자동차 작업복을 입은 한 분의 노동자가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나보다 버스가 먼저 도착했고, 짐도 많고 길도 미끄러워 속으로 다음버스를 타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걷고 있었다. 그런데, 쌍용차 작업복을 입은 분이 버스에 타지 않고 문 앞에 계속 서계시는 것 아닌가. 나는 그제서야 그 분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종종걸음을 걸었다. 결국 나는 그 분보다 먼저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는 가볍게 눈인사를 건냈다. 훈훈한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고공농성 중인 철탑을 바라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정리해고가 없었다면 철탑에 오른 이들도, 철탑 아래를 지키는 이들도, 대한문을 비롯한 거리의 노동자들 모두가 퇴근길에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이렇게 친절을 베풀 사람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철탑 농성장에 있다 보면 여야 할 것 없이 수많은 정치인들을 만난다. 지금이 대통령 선거 시기라 더욱 그럴 것이다. 모두들 추위에 이렇게 싸워야만 하는 현실을 가슴 아파하(는 척인지는 모르겠으나)고 자기네 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 한다.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약속한다. 정말인가.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고 있는 걸까? ‘함께 사는 대한민국’,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말하는 경제민주화에는, 복지국가에는 ‘학습지 교사도 노동자’라는 당연하고 정당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대법원에서 판결까지 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도, 수많은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인 ‘생활임금’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지 않다. 철탑아래서 만난 쌍용차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가 겨울 내내 생각날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소망할 것이다. 직장을 다니고, 퇴근길에 동료들과 친구들과 술 한잔 하기도하고, 식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삶. 거리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그렇다고 해도, 그냥 직장생활을 하는 노동자들 중에 자신의 저녁을 온전히 자기에게 쏟을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시키는대로 일해야 하고, 정규직이면 눈치보여 퇴근 못하고, 모자란 월급 땜에 퇴근 후에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하기도 하고... 이렇게 피곤하게 살아도 월급날이면 통장에 월급이 스치고 지나간다며 푸념들을 한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복지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삶에 대한 전망과 대안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의 정치인들은 절대 우리의 삶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전망을 내놓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의 확신에 가깝다. 왜냐하면 구체적으로 현실적인 대안은 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입으로 손으로 만들 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고, 해고의 문제는 해고된 노동자들이 제일 잘 알 것이고, 청년실업의 문제 역시 청년실업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스스로들이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고, 몸으로 요구할 때 구체적인 대안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정치가 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그런 과정이 모여 정말로 ‘함께 살자’는 가치가 당연한 사회가 만들어 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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